산수화의 구상과 색면 추상을 충돌시킨 렌더링 실험 일지
산수화 속에 고요하게 머무는 신선의 구름, 그리고 캔버스 전체를 큼직한 색의 덩어리 하나로 압도하는 서양의 색면 추상. 역사적 맥락도, 시각적 표현 방식도 전혀 궤를 달리하는 두 예술적 문법을 생성형 인공지능의 캔버스 위에서 강제로 충돌시키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동양화 화풍을 지시하는 프롬프트는 뚜렷하게 정제된 먹선과 통제된 여백을 강제하는 반면, 색면 추상 토큰은 거대한 색의 파장과 과감한 픽셀 병합을 유도합니다. 이번 작업은 이 상반된 성향의 프롬프트 가중치를 조율하여, 구상적인 형태가 윤곽을 잃고 거대한 색의 덩어리로 서서히 흩어지는 융해의 과정을 시각화하려 분투한 시행착오의 기록입니다.
처음에는 동양적인 모티프를 나타내는 명사와 서양의 추상 기법을 지시하는 명사를 쉼표로 나란히 이어 붙이는 가장 직관적인 아키텍처로 접근했습니다.
An immortal standing on clouds, traditional East Asian painting style, blending into color field abstraction, meditative, soft pastel tones
화면 중앙을 기점으로 좌우의 톤이 자연스럽게 번지기를 바랐으나, 렌더링 된 첫 번째 결과물은 당혹스러울 만큼 기계적이었습니다. 엔진은 화면의 왼쪽 절반에는 전형적인 산수화 속 도사의 모습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오른쪽 절반에는 거대한 네모 색면을 뚝 떼어다 붙인 것처럼 뷰포트를 무참히 양분해버렸습니다.
실존하는 현대 미술가의 화풍을 그대로 베껴오고 싶지는 않았기에, 처음부터 특정 작가의 이름 대신 기하학적 형태와 물리적 상태 변화를 묘사하는 보편적인 미술 용어만 사용하기로 스스로 원칙을 정해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raditional East Asian painting style이라는 화풍 지시어가 가진 구상적 형태감의 가중치가 너무 거대했습니다. 반면 형태를 지우려는 color field abstraction이 이에 맞서며 심각한 시맨틱 충돌(Semantic Collision)을 일으켰고, 엔진은 결국 타협안으로 두 요소를 프레임에 반반씩 쪼개어 가두는 지루한 선택을 해버린 것입니다.
시맨틱 충돌을 근본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프롬프트 구조 자체를 전면 재조립했습니다. 독립된 명사형 키워드들을 나열하던 병렬 방식을 버리고, 신선의 구름이라는 구체적 형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거대한 색면으로 변해가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텍스트를 끈끈하게 엮었습니다.
Ethereal clouds from an East Asian immortal motif gradually dissolving and blurring into a vast color field abstraction, soft transitions of vivid yet muted pastels, atmospheric
단순한 blending into(섞이다)라는 평이한 표현을 도려내고, gradually dissolving and blurring into(점진적으로 용해되고 흐릿해지며 변하다)라는 강력한 동사구를 투입하여 형태가 서서히 해체되는 물리적 과정을 집요하게 지시했습니다. 또한, 동양화라는 거시적 화풍 대신 East Asian immortal motif(동양의 신선 모티프)라는 소재 수준으로 범위를 축소시켜 기필코 윤곽선을 긋고야 말려던 엔진의 연산 고집을 한풀 꺾어냈습니다.
치밀하게 엮어낸 수정 프롬프트의 결과는 압도적이었습니다. 기계적으로 양분되었던 화면 중앙의 흉한 경계선이 증발하고, 절벽과 구름의 끝자락이 매끄럽게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입자들이 원래의 윤곽을 잃고 배경의 색채 덩어리 속으로 아스라히 스며드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특히 vivid yet muted pastels(생생하면서도 차분한 파스텔)이라는 상반된 조도 지시어들이 유기적으로 겹치며, 짙은 안개가 빛을 무작위로 산란시키는 듯한 환상적인 광학적 착시를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을 픽셀 단위로 확대해 들여다보았을 때, 표면의 질감(Texture) 묘사에서는 뼈아픈 패착이 드러났습니다. 내심 캔버스 천의 뻣뻣한 느낌이나 겹겹이 발린 유화 물감의 물리적인 두께감을 기대했으나, 화면은 유리판처럼 지나치게 평평했습니다. 초안 작성 시 습관적으로 끝에 붙여두었던 digital art라는 단어가 원인이었습니다. 이 지시어가 캔버스 위에 물감이 끈적하게 쌓이는 묵직한 마티에르를 억제하고, 디지털 특유의 얄팍한 광택으로 화면을 표백해버린 것입니다.
다음 렌더링 사이클에서는 이 디지털 특유의 매끄러움을 파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텍스처를 뭉개버리는 포괄적 단어를 과감히 삭제하고, 그 빈자리에 thick impasto strokes(매우 두터운 임파스토 붓질)나 raw canvas texture(거친 캔버스 표면 질감) 등 매체의 물질적 특성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물리적 지시어를 적극 도입하려 합니다.
명령어 한 줄의 시제가 바뀌고 수식어가 교체될 때마다 픽셀의 진영이 무너지고 재편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치열한 탐구입니다. 비록 이번 작업에서 두꺼운 안료의 물질감까지 완벽하게 손에 쥐지는 못했지만,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융해되는 찰나를 텍스트로 제어해 낸 기록으로서 캔버스의 다음 진화를 기약하려 합니다.
산수화의 구상적 형태와 색면 추상을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실험은, 전통과 현대 조형 언어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형태와 색을 밀고 당기는 렌더링 노트들도 함께 확인해보세요.
목차
단순 병렬 배치가 부른 시맨틱 충돌과 조형의 단절
처음에는 동양적인 모티프를 나타내는 명사와 서양의 추상 기법을 지시하는 명사를 쉼표로 나란히 이어 붙이는 가장 직관적인 아키텍처로 접근했습니다.
An immortal standing on clouds, traditional East Asian painting style, blending into color field abstraction, meditative, soft pastel tones
화면 중앙을 기점으로 좌우의 톤이 자연스럽게 번지기를 바랐으나, 렌더링 된 첫 번째 결과물은 당혹스러울 만큼 기계적이었습니다. 엔진은 화면의 왼쪽 절반에는 전형적인 산수화 속 도사의 모습을 충실하게 묘사하고, 오른쪽 절반에는 거대한 네모 색면을 뚝 떼어다 붙인 것처럼 뷰포트를 무참히 양분해버렸습니다.
실존하는 현대 미술가의 화풍을 그대로 베껴오고 싶지는 않았기에, 처음부터 특정 작가의 이름 대신 기하학적 형태와 물리적 상태 변화를 묘사하는 보편적인 미술 용어만 사용하기로 스스로 원칙을 정해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raditional East Asian painting style이라는 화풍 지시어가 가진 구상적 형태감의 가중치가 너무 거대했습니다. 반면 형태를 지우려는 color field abstraction이 이에 맞서며 심각한 시맨틱 충돌(Semantic Collision)을 일으켰고, 엔진은 결국 타협안으로 두 요소를 프레임에 반반씩 쪼개어 가두는 지루한 선택을 해버린 것입니다.
동사적 서술의 개입과 픽셀 융해의 유도
시맨틱 충돌을 근본적으로 해체하기 위해 프롬프트 구조 자체를 전면 재조립했습니다. 독립된 명사형 키워드들을 나열하던 병렬 방식을 버리고, 신선의 구름이라는 구체적 형태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거대한 색면으로 변해가는지 인과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도록 텍스트를 끈끈하게 엮었습니다.
Ethereal clouds from an East Asian immortal motif gradually dissolving and blurring into a vast color field abstraction, soft transitions of vivid yet muted pastels, atmospheric
단순한 blending into(섞이다)라는 평이한 표현을 도려내고, gradually dissolving and blurring into(점진적으로 용해되고 흐릿해지며 변하다)라는 강력한 동사구를 투입하여 형태가 서서히 해체되는 물리적 과정을 집요하게 지시했습니다. 또한, 동양화라는 거시적 화풍 대신 East Asian immortal motif(동양의 신선 모티프)라는 소재 수준으로 범위를 축소시켜 기필코 윤곽선을 긋고야 말려던 엔진의 연산 고집을 한풀 꺾어냈습니다.
파스텔 톤의 광학적 조율과 물성 표현의 한계
치밀하게 엮어낸 수정 프롬프트의 결과는 압도적이었습니다. 기계적으로 양분되었던 화면 중앙의 흉한 경계선이 증발하고, 절벽과 구름의 끝자락이 매끄럽게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입자들이 원래의 윤곽을 잃고 배경의 색채 덩어리 속으로 아스라히 스며드는 장면이 연출되었습니다. 특히 vivid yet muted pastels(생생하면서도 차분한 파스텔)이라는 상반된 조도 지시어들이 유기적으로 겹치며, 짙은 안개가 빛을 무작위로 산란시키는 듯한 환상적인 광학적 착시를 자아냈습니다.
하지만 결과물을 픽셀 단위로 확대해 들여다보았을 때, 표면의 질감(Texture) 묘사에서는 뼈아픈 패착이 드러났습니다. 내심 캔버스 천의 뻣뻣한 느낌이나 겹겹이 발린 유화 물감의 물리적인 두께감을 기대했으나, 화면은 유리판처럼 지나치게 평평했습니다. 초안 작성 시 습관적으로 끝에 붙여두었던 digital art라는 단어가 원인이었습니다. 이 지시어가 캔버스 위에 물감이 끈적하게 쌓이는 묵직한 마티에르를 억제하고, 디지털 특유의 얄팍한 광택으로 화면을 표백해버린 것입니다.
물질성 복원을 위한 다음 렌더링의 궤적
다음 렌더링 사이클에서는 이 디지털 특유의 매끄러움을 파괴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텍스처를 뭉개버리는 포괄적 단어를 과감히 삭제하고, 그 빈자리에 thick impasto strokes(매우 두터운 임파스토 붓질)나 raw canvas texture(거친 캔버스 표면 질감) 등 매체의 물질적 특성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물리적 지시어를 적극 도입하려 합니다.
명령어 한 줄의 시제가 바뀌고 수식어가 교체될 때마다 픽셀의 진영이 무너지고 재편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치열한 탐구입니다. 비록 이번 작업에서 두꺼운 안료의 물질감까지 완벽하게 손에 쥐지는 못했지만, 서로 다른 조형 언어가 융해되는 찰나를 텍스트로 제어해 낸 기록으로서 캔버스의 다음 진화를 기약하려 합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AI 아트 작업기 이야기
산수화의 구상적 형태와 색면 추상을 정면으로 충돌시키는 실험은, 전통과 현대 조형 언어가 부딪히는 지점에서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냅니다. 형태와 색을 밀고 당기는 렌더링 노트들도 함께 확인해보세요.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