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대신 면으로 뭉개진 등대, 크로스 해칭 렌더링 노트
등대와 절벽이 맞닿는 경계가 사라지고, 화면 전체가 물감이 번진 듯한 회색 덩어리로 뭉개졌습니다. 판화 특유의 교차선 질감을 얻으려고 시작한 작업인데, 정작 선이 아니라 면으로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미지 생성 모델은 기본적으로 선과 선 사이를 부드럽게 섞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흑연이나 동판이 종이에 남기는 날카로운 교차선만으로 명암을 쌓아 올리고 싶었지만, 초기 시도에서는 pencil sketch와 smooth shading이라는 지시어를 함께 썼습니다. 결과물은 흑연이 긁힌 흔적이 아니라 물감이 번진 얄팍한 회색조 덩어리에 가까웠고, 특히 등대의 수직 기둥과 절벽 암석이 맞닿는 경계선에서 선의 독립성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같은 시드를 여러 번 돌려봐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우연한 오류가 아니라 프롬프트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현상을 뜯어보니 원인은 엔진이 명암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어두운 영역을 강조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선의 개수와 교차점을 늘리는 대신, 해당 영역 전체의 명도를 낮추는 쪽이 연산 비용이 더 낮기 때문입니다. smooth shading 같은 키워드가 프롬프트에 남아 있는 한, 아무리 해칭을 지시해도 시스템은 선의 교차보다 면 단위 채색을 우선하게 됩니다.
스케치 계열 단어를 모두 제거하고, 금속 판화 기법을 기준으로 지시어를 재구성했습니다. 기준 스타일을 sharp copperplate etching style로 바꾸고, intricate cross-hatching technique과 dense intersecting linework를 더해 선이 서로 스며들지 않고 일정한 각도로 겹치도록 지시했습니다. 네거티브 프롬프트에는 digital blending, airbrush::-1.0을 추가해 인접 픽셀이 섞이는 현상을 억제하고, --style raw로 인위적 보정을 줄였습니다.
여러 시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엔진이 교차선 사이의 빈 공간을 미완성 텍스처로 인식해 계속 매끄러운 채색으로 덮으려 한 것입니다. 화면 전체를 선으로만 채우려 할수록 오히려 여백이 사라지고 다시 뭉개짐이 재발하는 역설적인 현상도 함께 관찰했습니다. 종이의 물성이 드러나는 빈틈을 남기라는 제약을 명시적으로 걸었을 때, 판화 특유의 질감이 비로소 유지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사용한 프롬프트는 A solitary lighthouse on a stormy cliff, intricate cross-hatching technique, dense intersecting linework, sharp copperplate etching style, high contrast, tangible paper texture, masterful control of overlapping strokes without digital blurring --no smooth shading, airbrush effects, gradient fills --style raw --v 6.0입니다.
이번 작업에서 확인한 기준은 등대 소재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목판화나 펜화, 실크스크린처럼 선 기반 질감을 다룰 때는 smooth, shading 계열 키워드를 배제하고, 네거티브 프롬프트로 블렌딩·에어브러시를 명시적으로 차단하고, 여백을 남기라는 지시를 포함하는 세 가지가 공통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 진행했던 수묵화 계열 렌더링에서는 먹의 농담만 조절하면 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선의 물리적 독립성 자체를 지켜내는 문제라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다만 스타일 키워드 자체보다 무엇을 금지시키는지가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한다는 점은, 다른 선 기반 화풍에도 통하는지 이후 작업에서 계속 검증해볼 부분입니다.
크로스 해칭 렌더링에서 선이 사라지는 문제는 선의 방향성과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화면 전체의 매끄러움을 거스르게 만들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래 글들은 선의 궤적, 속도감, 골격, 세밀함을 각기 다른 화풍으로 다루고 있어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목차
선이 아니라 면으로 뭉개진 첫 결과물
이미지 생성 모델은 기본적으로 선과 선 사이를 부드럽게 섞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흑연이나 동판이 종이에 남기는 날카로운 교차선만으로 명암을 쌓아 올리고 싶었지만, 초기 시도에서는 pencil sketch와 smooth shading이라는 지시어를 함께 썼습니다. 결과물은 흑연이 긁힌 흔적이 아니라 물감이 번진 얄팍한 회색조 덩어리에 가까웠고, 특히 등대의 수직 기둥과 절벽 암석이 맞닿는 경계선에서 선의 독립성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같은 시드를 여러 번 돌려봐도 결과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 우연한 오류가 아니라 프롬프트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고 판단했습니다.
smooth shading 키워드가 만든 편향
이 현상을 뜯어보니 원인은 엔진이 명암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었습니다. 어두운 영역을 강조하라는 지시를 받으면 선의 개수와 교차점을 늘리는 대신, 해당 영역 전체의 명도를 낮추는 쪽이 연산 비용이 더 낮기 때문입니다. smooth shading 같은 키워드가 프롬프트에 남아 있는 한, 아무리 해칭을 지시해도 시스템은 선의 교차보다 면 단위 채색을 우선하게 됩니다.
판화 키워드와 네거티브 프롬프트로 되돌린 선의 독립성
스케치 계열 단어를 모두 제거하고, 금속 판화 기법을 기준으로 지시어를 재구성했습니다. 기준 스타일을 sharp copperplate etching style로 바꾸고, intricate cross-hatching technique과 dense intersecting linework를 더해 선이 서로 스며들지 않고 일정한 각도로 겹치도록 지시했습니다. 네거티브 프롬프트에는 digital blending, airbrush::-1.0을 추가해 인접 픽셀이 섞이는 현상을 억제하고, --style raw로 인위적 보정을 줄였습니다.
여러 시드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엔진이 교차선 사이의 빈 공간을 미완성 텍스처로 인식해 계속 매끄러운 채색으로 덮으려 한 것입니다. 화면 전체를 선으로만 채우려 할수록 오히려 여백이 사라지고 다시 뭉개짐이 재발하는 역설적인 현상도 함께 관찰했습니다. 종이의 물성이 드러나는 빈틈을 남기라는 제약을 명시적으로 걸었을 때, 판화 특유의 질감이 비로소 유지되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사용한 프롬프트는 A solitary lighthouse on a stormy cliff, intricate cross-hatching technique, dense intersecting linework, sharp copperplate etching style, high contrast, tangible paper texture, masterful control of overlapping strokes without digital blurring --no smooth shading, airbrush effects, gradient fills --style raw --v 6.0입니다.
이번 작업에서 확인한 기준은 등대 소재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목판화나 펜화, 실크스크린처럼 선 기반 질감을 다룰 때는 smooth, shading 계열 키워드를 배제하고, 네거티브 프롬프트로 블렌딩·에어브러시를 명시적으로 차단하고, 여백을 남기라는 지시를 포함하는 세 가지가 공통으로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전에 진행했던 수묵화 계열 렌더링에서는 먹의 농담만 조절하면 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선의 물리적 독립성 자체를 지켜내는 문제라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다만 스타일 키워드 자체보다 무엇을 금지시키는지가 결과를 더 크게 좌우한다는 점은, 다른 선 기반 화풍에도 통하는지 이후 작업에서 계속 검증해볼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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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 해칭 렌더링에서 선이 사라지는 문제는 선의 방향성과 밀도를 유지하면서도 화면 전체의 매끄러움을 거스르게 만들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아래 글들은 선의 궤적, 속도감, 골격, 세밀함을 각기 다른 화풍으로 다루고 있어 함께 읽으면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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